2010/04/17

zaireeka-1


세상에 나온지 벌써 13년이 지나 버린 flaming lips의 괴작 zaireeka. 씨디를 산 지는 어언 8년이 지났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플레이 해 본 적이 없는 나. 이건 병신 짓이라며 피치포크에서 음악을 듣지도 않고 0점을 때린 문제작. 왜 이런 대접을 받는지 그 이유를 모르신다면 위키를 클릭해 보시고.

귀찮아서 클릭하지 않으실 분들을 위해 살짝 설명을 해 드린다면, 아직 soft bulletin을 발표하기 전이었던 - 아직 때가 덜 탄 - flaming lips가 씨디 한 장에 실려야 마땅할 곡 들을 4장의 씨디로 분리해 발표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 모든 일의 시작. 쉽게 말해서 4개의 분리된 트랙으로 녹음된 곡을 보통이라면 믹스해서 한 트랙으로 만들겠지만 각각의 씨디에 믹스하지 않은 한 트랙씩을 담아서 내어버린 것이지. 한 장 씩 들어봤자 이게 도대체 무슨 곡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을테고, 온전한 감상을 위해서는 한 장소에 4개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는 것. (저 유명한 주차장 붐박스 투어가 바로 이 앨범 직후의 일)


(부클릿에 실려 있는 아주 친절한 설명)

그렇게 준비한 후에도 완벽하게 싱크를 맞춰서 플레이를 시켜야 하고 - 비록 싱크가 정확히 맞지 않더라도 그로 인해 또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부클릿 한 켠에 들어있다. 색다르긴 하겠지 혼돈의 카오스 대 폭발 - 사지를 동원하거나 혀를 사용하는 등의 꼴 사나운 일을 벌이지 않고 원만하게 플레이 시키기 위해서는 도와줄 사람도 필요할테고. (이런 짓을 혼자하고 넘기기에는 아깝지 않나. 친구 하나 부르라고!)

cd 갈아 끼우기도 귀찮아서 mp3 듣고, 그 조차도 받기 귀찮아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21세기 인간들에게 이게 도대체 먹힐만한 이야기인가. 물론 이런 번거로움을 조금만 견뎌낸다면야 굉장히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방의 8채널을 통해 흘러나오는 뭔가 묘하게 아웃-오브-싱크된 음악. 4 씨디를 한 번에 다 들으라는 법은 또 있나? 난 1-4번만 듣겠어 하면 그렇게 하면 되는 거고. 한 꺼번에 다 돌렸는데 3번 씨디에서 흘러나오는 패드 음이 거슬린다? 바로 끄면 되는 거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도 한 번 이 musical experiment에 동참해 보기로 하고, 13년이나 흘렀지만, 일단 집 안에 있는 음악 플레이어를 확인해 보았음.



일단은 내가 거의 모든 음악을 듣고 있는 컴퓨터 앞. 스피커는 컴패니언5와 이름도 까먹은 인프라소닉 모니터 스피커(아주 맘에 들지 않음), 잘 보이지는 않지만 삼성 275T 모니터에 딸려 나오는 나름 스테레오 스피커, 이렇게 3짝이 있음. 보스 스피커는 컴퓨터와 연결해야만 소리를 낼 수 있지만 다른 두 개는 인풋을 바꿀 수가 있다. 씨디는 파이어니어 DVD-RW로 재생시키면 오케이. 일단 여기서 한 장 해결.



잠 들기 전 30분에 급격히 애용 빈도가 올라가는 JBL의 이름 모를 아이팟 독 형 스피커. 뭐 씨디 플레이어가 부족하다면 이것도 이용할 수 있겠다. 조금 맛은 떨어지겠지만.



오호라 이것도 있었구나. 잠자리 밑에 놓인 얼마 전에 장만한 티비, 그리고 플스2. 이것으로도 씨디를 재생할 수 있지. 그럼 그럼 충분하다. 여기까지 두 장 해결. 안타까운 점이라면 저 티비가 작년 말에 출시된 나름 최신형임에도 너무 복고 콘셉트에 충실한 나머지 모노 스피커를 달고 있다는 점.



티비 밑에 있는 엑박삼돌이와 플삼돌이 그리고 모델명이 기억날리 없는 브리츠 스피커. 아쉽게도 스피커에 광출력 입력단자나 hdmi 입력단자 이런 게 없어서 둘 중에 하나 밖에 사용하지 못할 듯 하다. (지금은 아쉬운 대로 각종 hdmi를 다 물려 놓은 tv에서 오디오 아웃풋을 스테레오로 받아서 쓰고 있음) 그렇다고 이 "차세대기"들에게 다이렉트로 RCA 케이블을 물릴 순 없잖아?



그렇지 이것도 있다고! 비록 방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주방 옆에 있긴 하지만, 설겆이 할 때나 화장실 이용할 때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는 벽걸이형 씨디피. 재작년에 오사카 갔을 때 남호형과 같이 가서 샀던 약 10만원 짜리 그것. 줄을 잡아 당기면 플레이가 시작되지만 안타깝게도 포즈 기능은 없구나. (부클릿을 보면 바로 플레이 시키게 될 경우 씨디피 별로 음악 시작하는 타이밍이 제각각이라 싱크 맞추기가 힘드니, 일단 플레이 후 포즈 시켜 놓고 그 상태에서 트랙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명민한 설명이 적혀있다. 그래 그렇지! 이렇게 해 놓으면 일단 씨디는 돌면서 대기 하고 있잖아. 시동 걸어 놓은 상태에서 중립에 놓고 대기하는 거지. 아이고 똑똑해라)



이것이야 말로 오늘의 발견! 갑자기 생각나 박스를 뒤지다가 발견한 90년대 말에 샀을 법한 씨디피와 2000년대 중반 어느 시점엔가 샀을 법한 휴대용 스피커(요미우리 유니폼 입고 있는 승욥이 형을 보면 대충 그 시기가 짐작은 가는 바이다)의 조합. 껌전지라 불리던 그것도 아답타를 이용하면 충분히 충전시킬 수 있을테고 저 스피커도 usb로 전원을 공급 받기 때문에 아마도 바로 작동할 것이란 말이지. 아이고 좋구나. 우리 집에 씨디피가 와이리 많노~ 그리고 말이지 이 안에는 한 동안 잊고 있었던 니나 고든 누님 2집 씨디가 들어 있었슴미다. 그 전엔 다 잃어버린 줄 알았습니다. 흑흑. 예이~



이 외에도 위에 보이는 내 친구 bb -이래뵈도 외장 스테레오 스피커 내장 - 그리고 여행용 알텍 렌싱 스피커, DVD-RW 달려 있는 노트북 하나, ODD가 달려 있지는 않지만 떨이로 구매한 엑박용 HD-DVD 외장 드라이브를 이용해 또 다른 노트북 하나도 충분히 기동 가능하고.

여기까지 이렇게 확보한 씨디 플레이어만 이 조그만 집에서 벌써 7개로 구나 얼쑤~ 근데 뭔가 흥은 조금 떨어지는데? 보통의 경우라면 기껏해야 두 개 정도 플레이 가능해서 친구에게 부탁해 붐박스 같은 거 들고 모여야 좀 제 맛이 날 것 같은데 말이야. 그 친구도 flaming lips 팬이라면 더할 나위 없고.



자 어찌 됐든지 "이제 진짜 준비 완료~" (설리 톤으로) 하지만 실험에 대한 결과는 같이 플레이 버튼을 눌러줄 사람이 생겼을 때 다시 한 번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요. 4개의 기기를 동시에 플레이 시키기는 아무리 해 봐도 무리더구먼. 아무리 요즘에 무선 컨트롤러가 있고 한다지만 내가 무슨 촉수 괴물도 아니고. 토요일 낮에 멀쩡히 밥 잘 먹고 방 구석에서 사지 비비 꼬면서 꼴 사나운 짓은 안함. 끗.